70이 넘는 친구들이 여덟 명 모였다. 배꼽 친구란다. 재잘대기는 예나 똑같다. 재잘대기에는 욕이 빠지지 않는다. 2년 넘게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 역병 때문에 그동안 배꼽 친구 두 명이 역병과 함께 갔다. 80만 원이 모였단다. 어느 더운 날 냉면 한 그릇 춥고 바람 부는 날 뜨거운 국밥 한 그릇 아마 재잘거리며 먼저 간 배꼽 친구와 같이 먹겠구나.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그대는 서 있는 바람이오 바람이 서 있다 하여 나뭇가지와 해바라기가 흔들리지 않는 거는 아니요. 한때는 무서운 태풍이 되어 온 것을 휘몰아 감고 용트림 쳐 참뜻을 찾아내오 한때는 산마루의 산들바람이 되어 우리의 볼을 어루만지며 산듯하고 깨끗한 참을 찾아내오 서 있는 바람은 시작과 끝이 없으며 승진과 정년도 없이 항상 우리 곁에서 참뜻을 깨우쳐주오 나는 서 있는 바람을 존경합니다.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고뿔을 앓고 나니 기운이 없네 당뇨와 혈압이 있다고 한다. 음식도 가려 먹으란다. 실은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입맛이 떨어졌다. 목등뼈와 허리뼈에 협착증이 있단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다. 다리가 저려 잠을 설친다. 70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썼으니 무리가 갈 수밖에……. 매일 운동을 하자. 튼튼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덜 쇠약해지고 싶어서다.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가을 색이 뭐지 은행나무는 노란색 가을 색이 뭐지 솔 나무는 녹색 가을 색이 뭐지 자작나무는 하얀색 가을 색이 뭐지 돌섶 이끼는 흑색 가을 색이 뭐지 옻나무는 붉은색 누나 누나의 가을 색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난 무지개색 현준이 넌? 난 내 마음의 색 파란 단풍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그래, 그래, 그래, 아무렴. 얼씨구, 맞고, 맞지, 맞아. 응, 응, 응, 갈이 할게. 옳고말고. 옳지 옳아. 그럼 그렇지, 그렇고말고. 꼭, 꼭, 꼭, 꼭이지. 아이고, 좋고, 좋아, 참 좋다. 이렇게 기쁜가? 기쁘고, 기쁘다. 끝없이 하, 하, 하, 웃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개념(槪念)하면 언뜻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1.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2. 사회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사실들에서 귀납하여 일반화한 추상적인 사람들의 생각. 3. 철학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 언어로 표현되며, 일반적으로 판단에 따라 얻어지는 것이나 판단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사전에서도 풀이가 다양하고 내용도 무슨 뜻인지 더더욱 아리송하다. 그냥 무식하고 대충 때려잡아 재미로 개념을 말해 보자면 여러 사람이 수긍하고 함께 생각하는 일반 사람들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직선의 줄(線)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갑자기 그 줄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왔다고 하자. 처음 보는 일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은 볼록 튀어나온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생소하게 여길 것이다. 사람들은 그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을 할 것이다. 누구는 이 이상한 사실에 대해 이름을 붙여주자고 하고 누구는 신의 섭리니 숭배를 하자고 할 것이고 누구는 악귀일는지 모르니 없애 버리자고 할 것이다. 하여간에 생전 처음 보는 사실에 대해 많은 설왕설래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선천적, 도덕적으로 자신이 가지는 본성이 있다. 미움은 인간의 본성이 외부 사물과 접해서 형성되는 일종의 성질이다. 형성된 성질에는 일곱 가지 정(情)인 칠정(七情)이 있단다. 즉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즐거움(樂), 사랑(愛), 미움(惡), 욕심(慾)이 있단다. 불교에서는 기쁨(喜), 성냄(怒), 근심(憂),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憎), 욕심(慾)이 있단다. 미움은 남이 나보다 잘 되거나 낫게 되는 것을 공연히 시기하고 샘내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거다. 나쁜 성질이다. 나쁜 성질이라 해도 이런 성질은 있게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의 미움이 어떠한지 알아보자. “아홉 살 일곱 살 먹을 때까진 아홉 동이네에서 미움을 받는다”라는 말이 있다. 즉 아이들이 아홉 살까지는 장난이 심하고 말을 잘 안 들어 이웃으로부터 말을 듣고 미움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런 미움은 그냥 생기는 거다. 사물이나 모상을 만나 생기는 게 아니다. 이쁜 미움이다. 아홉 살이 미움을 받자고 스스로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심하게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천성으로 내려오는 거다. 아홉 살짜리는 어른들로부터 야단을 맞고 미움을 사나 자기네끼리는 미움이 없다. 다만 소소
새벽녘 닭 우는 소리를 언제 우리가 시끄럽다 했던가? 저물녘 멀리 들려오는 송아지의 음매 소리가 듣기 싫어한 적이 있던가? 희미한 호롱불과 더불어 들려오는 다듬잇방망이 소리를 자장가로 여기지 않았던가! 그칠 줄 모르고 울어대는 매미 소리 때문에 더 더워한 적이 있는가? 상달 밝은 보름달 밑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가을을 맛보지 않았던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소리에 여름을 지내지 않았던가? 범종의 울림이 번뇌를 씻지 않았던가? 탁발 스님의 목탁 소리에 미물의 정기를 깨우치지 않았던가? 그래, 그때도 소리는 있었다. 그래도 시끄럽다고 타박하지 않았다. 구박은커녕 그때를 정겨워하고 그리워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많은 훤소(喧騷)와 소음(騷音)에 젖어있고, 잠겨있어, 묻혀있고, 사로잡혀 있다. 주위가 온통 잡동사니 소리로 뒤범벅이 된 지 오래다. 자동차 소리, 기계 소리, 텔레비전 소리, 장사꾼 손뼉 치는 소리, 정치꾼 허튼소리, 야바위꾼의 속임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아파트 층간 소음, 휴대전화 소리. 뻥튀기 소리…. 그래서 옛날 소리를 아름답다 하고 추억의 소리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에 비교해 지금의 소리는 어지럽고 지겨우며 참기 어렵고 신경질
엄마가 밥을 짓고 있다. 미리 불려놓은 보리쌀을 가마솥 바닥에 안치고 그 위에 한줌도 안 되는 쌀을 얹혀 할아버지 몫을 더한다. 오늘 엄마는 가지나물을 할 모양이다. 텃밭에서 따온 가지 서너 개를 밥솥 안에 넣고 찐다. 난 가지나물이 싫다. 약간 물렁물렁한 식감이 그렇고 보랏빛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닌 찐 가지의 거무티티한 모양새가 그랬다. 엄마는 찐 가지를 세로로 길게 찢어, 마늘, 파, 고춧가루를 간장과 들기름에 버무려 무쳐 가지나물을 만든다. 가지나물은 엄마의 주특기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문밖 텃밭에는 가지며 파며 고추며 마늘이 널려 있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돈도 안 드니 손쉬운 반찬거리 일게다. 아무리 간단하고 손쉬운 나물이지만 엄마의 손길은 항상 따듯하고 또글또글 하다. 엄마 돌아가신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다. 밑반찬에 가지나물이 나왔다. 옛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그런 가지나물이 아니다. 가지를 깍두기처럼 썰어 찐 것도 아니고 레인지에 데워 온 가지나물이다. 한 친구가 말한다. “이제는 옛날에 엄마가 해 주시던 가지나물을 먹지 못할 거야.” “요새 부인들이 가지나물을 만들지도 않지만 만들 줄도 모른다고.” “옛날 엄
분노의 종류를 생각해 보자. 먼저 외부로부터 오는 분노가 있다. 즉 다른 사람이나 외부 상황, 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분노다. 예를 들면 주차관계로 차창 앞에 전화번호를 놓았더니, 갑자기 “야!! 새끼야 차 빼!!”라는 문자가 왔다. 상대방은 당황하고 기분이 상해 받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다. 그러면 소액결제라 해서 25만원이 통장에서 빠져 나가는 신종 보이시피싱이 있단다. | 이는 상대방에게 욕을 해 흥분시키고 화를 내게 해 돈을 편취하는 나쁜 방법이나 이는 외부로부터 오는 분노의 일종이다. 날씨도 외부요인의 분노이다. 끈적끈적한 장마철의 불쾌지수, 잔치 날, 소풍 가는 날에 비,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 지나친 폭설로 교통 두절, 심한 폭풍우로 해안가 도시 침수, 가옥 파괴 등등 날씨로 오는 분노도 적지 않다. 환자도 외부분노다. 환자가 외부분노가 되어서는 안된다. 의사는 모든 지식과 친절로 아픈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진상 환자는 외부분노다. 외부분노 중 사람으로부터 오는 예가 제일 많다. 이유 없이 나보다 먼저 승진하는 친구, 같이 낚시를 하는데 나만 못 잡고 옆에 사람만 많이 잡을 때. 응원하는 축구팀이 지고 있을 때-전쟁이
“선생님,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치과 하셨지요?” “예, 한 40년 했습니다.” “맞아요. 제가 내일이면 고희 칠십이니까요.” “그러면 이곳에서 한 35년 동안 계속 사신 거네요?” “네, 맞아요. 전에 선생님 집 옆에 살았잖아요. 지금도 생각이 나는데 선생님 어머님이 키가 작고 노인인데도 머리가 까맣던 거 같아요. 그리고 홀로 5남매를 기르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자주 말씀 하신 것 같아요.” “네, 기억을 잘 하시네요.” “사실 그때 내가 이혼을 하려고 했어요. 남편이 집안은 통 돌보지 않고 백수건달로 지내며 술만 먹고 빚만 지니 살아가기가 힘들고 괴로웠어요.” “그 때는 그런 일이 많았지요.” “그때 선생님 어머니 말씀이 ‘내가 30년 넘게 홀로 살면서 5남매를 기르다 보니 아무리 남편이 보잘 데 없고 무지랭이 같아도 남편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것 갔다’라고 하면서 가능하면 이혼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이혼을 하지 않았지 뭐예요. 그 말씀 덕분에 지금은 3남매를 잘 키워 시집 장가 다 보내고 잘 살고 있어요. 남편도 이제는 건강도 좋아지고 생활력도 강해져 잘 살고 있지요. 가끔 그때를 생각하면 이 모두가 선생님의
몸에 부치는 큰 대야를 이고 짠 젓갈 냄새를 풍기며 “새우젓 사세요” “새우젓 사세요”하며 골목을 누비는 당신이 싫었습니다. 남보다 못 사는 나의 모습이 당신의 무능 때문이라고 생각 했지요. “홀 엄마”라는 말이 난 싫었어요. 나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딴 엄마들처럼 울 엄마도 개가를 해서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지요. 빨랫골 뒷산에서 나무하다 낫에 발등을 찍혔을때 당신의 당황하는 모습을 저는 보았지요. 그렇게 사달라고 졸라도 사주지 않던 풀빵을 두 개씩이나 사 주셨지요. 왜 당신이 그렇게 했는지 그 때는 몰랐어요. 오이지를 하겠다고 사온 끝물 오이 반접을 무심결에 먹어 버린 나를 얼마나 부지깽이로 때렸는지 아세요? 나는 그 때 많이 울었어요. 매가 아파서가 아니라 오이 반접보다도 못한 내가 서러워서 그랬답니다. 중학교에 합격하였을때 중국집에서 처음 먹어보는 울면을 두 그릇이나 먹어도 아무 말 하지 않은 당신이 이상했어요. 왜 시험때만 되면 당신은 쪽머리를 감아 예민한 나의 신경을 건드셨나요? 시험을 잘 보게 천지신명께 당신은 지성을 드렸다고 하지만 주르륵주르륵 머리 감는 소리는 당신을 더욱 밉게 만들었어요. 당신은 내가 공